머리 없는 몸과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들
Preview
So, One gallery 1/10(Sun)-1/17(Sun)
휴무없음 11:00-19:00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21-4
Exhibition
N/A Gallery 1/12(Tue)-1/24(Sun)
월 휴무 12:30-19:30
서울 중구 을지로4가 35
참여작가: 남하나, 문규철, 안민환, 정혜진, 조말
기획: 강정아
협력: 강병우, 김민주, 김은희
디자인: 파이카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출판진흥원
(그림1) Venus of Laussel, (그림2) Venus of Kostenly
(그림3) Ostracon from Maria and Susanna Jointly to Panachora, probably early 7th century, Coptic, Met museum
(그림4) Ninḫursag, Wikipedia
어머니여신은 벌거벗고, 머리는 없었지만 해골과 잘린 팔, 진주로 만든 목걸이를 주렁주렁 건, 피부가 파랗거나 때때로 붉은 여신, '도달할 수 없는' '아주 먼'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여신의 분신이었다.* 어머니여신은 식물, 동물, 인간의 구분 없이 그들을 산물하고 권장하는 신이었다 고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품어내고 죽어가는 모든 것을 천도하는 넋 굿을 행하기도 하는데, 이 굿을 행할 때는 이승과 저승으로 향하던 혼령들이 모여 생전의 모든 한을 풀어내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는 굽이굽이 전해지면서 아무런 노랫말도 생기지 않는 메아리가 되어 산기슭을 어루만지며 뿌리 한 번 내리지 못한 잎사귀들의 어미가 되어준다.
*나의 신체와 짐승의 신체가 자발적으로 혼종의 비체를 만들어가는 것. 여자와 짐승을 비천하게 여기는 언어들을 되돌려 나의 짐승하기를 도모해보는 것. 그리하여 닥쳐오는 괴물, 인간짐승인 미래가 되는 것. 새로운 생기의 장에 도착하는 것. (인간) 아님의 세상을 향해 여행하기를 시도하듯 글을 써나가는 것. 이 글은 『여자짐승아시아하기』 로부터 시작된 ‘십창하기’의 서론이다.
이 이야기는 땅을 여성으로 상징하는 고대의 '어머니' 신화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사는 땅을 무참히 살해한 지모신의 몸을 빗대어 보기로 한 시작의 언저리를 더듬어가면서 최초의 살해된 지모신의 옛 흔적들을 찾아가기로 한다. 이 흔적은 세계 곳곳에서 설화나 민담으로도 전해져 내려온다. 우리가 신화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지모신의 모태가 세계의 근원이고 지모신의 찢긴 몸이 세계의 재료가 된다는 사실이다.
신화란 정당화된 통치에 대한 꿈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서술된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잔혹한 살점, 어느 하나 온전치 못한 채 ‘십창’난 살들의 역사다. 신화는 살점들로 엮어졌다. 꿈-신화는 언어 이전의 이야기로 문명이 꿈 속에 남겨놓은 성스럽고도 속된 폭력의 시(詩)이다. 세계에 치세(治世)가 이어지는 동안 엮어진 살점들은 그 아래에 썩지 않고 묻혀있다. 절단된 살점은 신화의 은폐된 사건을 토대로 이뤄진다. 신화에 내재된 폭력 구조는 영웅 서사의 여성-괴물 살해와 관련이 깊다. 고대 그리스의 신화적 영웅인 페르세우스·헤크라클레스·벨레폰·오이디푸스는 여성-과물들을 살해함으로써 불멸의 입지를 얻게 된다. 그리스의 영웅들은 이 무시무시한 여성-괴물을 도륙하면서 ‘시련’을 통과하게 된다. 폭력의 서사구조는 영웅 신화의 통과의례일 뿐만 아니라 신화 전반에 걸쳐 스며들어 있다.
‘위대한 어머니 여신’과 ‘남성 가부장 신’의 전쟁은 그리스신화뿐만 아니라 고대 근동 바빌로니아 신화에도 나타난다. 특히 바빌로니아 신화는 ‘어머니 여신’ 살해의 극단적인 이미지를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어머니 여신’을 찢어발겨 그 육신으로 세계를 창조하므로 그것이 바빌로니아 신화의 창세기다. 최초의 지모신은 남신에게 살해당하며 찢겨진 몸이 세계를 만드는 장면을 보여준다.
바빌로니아 신화에서 그리스 로마신화로의 이동은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의 이동으로도 보여진다. 그리스 로마신화로 이동하면서 가이아의 역할이 다른 형태로 묘사되는데 이처럼 신화에서 여신의 묘사방식도 인자한 어머니, 질투 많은 아내, 때로는 흉악스러운 마녀의 얼굴로 파생되어 전달되기도 한다. 메두사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대지의 여신으로 여겨졌지만 그리스 로마신화로 이동하면서 괴물로 묘사되고 시인 오비디우스는 ‘포세이돈이 메두사를 강간했다’라는 기록을 남겼다. 가부장적 시스템으로의 역사적 전희의 기로에서 ‘여신 살해’(그리스 신화의 여성괴물, 바빌로니아시대의 지모신)는 하나의 상징적 구축물로 보이는데, 이는 근대에 와서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 일어났던 전쟁과 국민국가화, 공창제, 자본주의의 시초축적 문제, 여성노동의 가치 절하 및 마녀 사냥, 국가/근대화/가부장, 여성 신체의 근본 토대였던 바빌로니아 지모신의 찢긴 몸이 세계가 된 것처럼 여성 신체의 ‘십창’이란 문제는 근대성과 밀접해있다.
본 전시는 신화의 ‘찢긴 몸’과 ‘은폐된 사건’에 주목하며 원초적인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넘어오는 상징성이 문화와 역사 안에서 어떻게 잠식되고 있는지, 찢겨진 몸의 조각, 묻혀진 유해(有海)* (나고 죽음을 되풀이하면서 끝없이 유전(流轉)하는 미혹(迷惑)의 세계를 바다에 비유)를 발굴하고자 한다. <머리 없는 몸과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가부장적인 거세와 순교, 신성화되지 않으면 몸을 얻을 수 없다는 역사적 상상과 함께 문명이 신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영토화 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하며, '몸'을 계급화하기 쉽다는 점을 포착한다. ‘어쩌다가 이런 죄를 저질렀는가, 백 개의 머리가 우글거린다.’ 세계 안에서 살고자 한다면 세계를 창조해야만 한다. 속된 공간의 균질성과 혼돈 가운데서 어떤 세계도 탄생할 수 없다는 점을 현시한다.
이야기의 신화는 두 개의 공간(망원/을지로)으로 찢기며 전시의 단초가 될 신화(身火)가 앞질러 보여진다. 시간의 축 위에서 선형적으로 흘러가지 않는 기원의 조각, 작품 이전의 조각은 하나의 덩어리이자 서사를 생성하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결코 하나의 작품이 세계를 구원할 수 없다는 당연한 명제를 드러낸다. 묻힌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은 유전(流箭)*(목표를 벗어난 화살이나 누가 어디서 쏘았는지 모르게 날아오는 화살을 뜻한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껴간 시간, 잘려진 사건, 목도하는 시선은 세계 도처에 깔려있다. 영원한 비밀은 없다.
머리 없는 몸과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들
The Women with Headless Bodies and a Hundred Heads
Preview
So, One gallery 1/10(Sun)-1/17(Sun)
휴무없음 11:00-19:00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21-4
Exhibition
N/A Gallery 1/12(Tue)-1/24(Sun)
월 휴무 12:30-19:30
서울 중구 을지로4가 35
참여작가: 남하나, 문규철, 안민환, 정혜진, 조말
기획: 강정아
협력: 강병우, 김민주, 김은희
디자인: 파이카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출판진흥원
‘대륙은 원래 하나였으므로 인류 역시 하나의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안민환은 진화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이성애적 삽입코드, 생산 기능에 대한 반문과 무의식에 내재된 폭력성을 드러내며 기능 잃음, 신체의 조각, 세계를 구축하는 이분법(이성/신체, 자연/문화, 주체/객체의 구분)을 초월하기를 시도한다. 안민환이 대지를 마름질하는 방법으로 접근했다면, 조말은 국가에 포섭되지 않는다면 목을 잘라야 하는 ‘순교’의 라는 행위에 주목한다. 목이 잘리느냐 ㅡ 매달리느냐, 신체를 내어주는 행위가 신성시되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접근하며 인간 본성에 내재된 광기, 일종의 ’믿음‘의 추상을 연구한다. 이 층에 위치한 안민환과 조말의 작업이 머리(선악의 옳고 그름의 판단)가 없는 몸을 늘려보는 일로 접근했다면, 삼 층에 위치한 남하나와 정혜진의 작업은 절단된 신체를 불온하게 조합하는 백 가지 시도를 하고자 한다. 남하나는 크리스테바의 아브젝트를 가져와 더럽고 오염으로 치부되는 신체의 분비물(생리혈, 자궁, 질 등)을 가부장제 질서에 도전하는 자원으로 보며, 세계로부터 도륙된 머리, 검붉은 피의 자국, 생과 사가 공존하는 억압된 재료를 기반으로 만찬을 준비한다. 정혜진은 '이주(한자)와 이종(異種)'을 주제로 거대한 개미집의 형상을 한 동굴로 이루어진 지하도시를 그린다. 그 곳은 '머리 없는 몸'으로 우글거리며, 탈보편화된 신체들이 서로 엉켜 폭발 직전의 긴장감이 맴도는 공간을 설정한다. 관객은 작가가 설치한 지하도시를 관망하며 저 멀리 속삭이는 목소리에 따라 몸의 공간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