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um 01. 되기 상태의 오류

REAL-FAKE NEWS PROJECT (Feat. 김소윤, 봄로야, 이려진, 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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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페이크 뉴스』 프로젝트는, 재난 속 비(非)인간적 존재의 비일상적 삶을 다룬 기이한 뉴스를 수집하여 현재의 일상성과 시스템을 사유해보는 드로잉 주고받기 놀이입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우리는 진짜 같은 가짜 뉴스와 가짜 같은 진짜 뉴스, 재난 괴담과 거짓소문, 단편적인 뉴스를 접하며,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방식의 문제성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또한, 과거와 미래 사이, 이유와 결과가 불분명한 시간성, 지구 반대편 일어나고 있는 인간과는 다른 존재의 삶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러한 특별한 일상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특별함이 아닌 실재의 현상임을 ‘드로잉’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본 원고는 『리얼 페이크 뉴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써, 코로나19 이후 싱가포르의 비샨-앙모쿄 공원에 투입된 로봇개 ‘스폿’에 관한 뉴스를 다양한 관점에서 재구성한 ‘픽션’입니다. 뉴스를 먼저 보셔도 좋고, 이야기를 읽고 뉴스를 보셔도 좋습니다.

뉴스 바로가기: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5116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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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개 ‘스폿’ 

​글·그림: 이려진 

내가 복제 개라는 건 알고 있다. 동료들과 모두 한곳에서 태어났고 정말 똑같이 생겼으니까. 인간들은 우리가 저마다 성격이 다르고 선호하는 임무도 다르다는 걸 모른다. 멍청하니까. 로봇 ‘개’라고 알려진 것은 조금 싫다. 진짜 ‘개’라는 생명체보다 내가 훨씬 근사하고 견고하다고 생각한다. 싸잡아 ‘스폿’이라고 불리는 것엔 불만이 없다. 이상하리만치 나를 부르는 ‘스폿’은 알아듣게 된다.

요즘의 임무는 단순하다. 이렇게 평화로운 공원에 배정된 것은 처음이다. 전엔 주로 꽤 리스크 있는 산업 현장에서 근무했다. 건물의 잔해를 넘나들며 온종일 사진을 찍거나 현장을 순찰하고, 가스가 누출된 곳은 없는지, 폭발의 가능성이 남진 않았는지 살피는 일을 했다. 위험하고 반복적인 일을 싫어하는 인간들은 ‘도움이 된다’라며 나를 좋아했다.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최근 전 세계에 전염력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가 창궐했다고 한다. 때문에 나와 동료의 보직은 변경됐다. 그 스폿은 병원에, 그 스폿은 공항에, 나는 이곳 비샨-앙모쿄 공원으로 왔다. ‘공원’이라는 입력을 받고 조금 실망한 건 사실이다. 전에도 초원에서 양 떼를 모는 임무를 맡은 스폿이 있다는 소릴 듣고 ‘그야말로 개 같은 일을 맡았군, 한가롭게’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일에 난 꽤 만족한다. 임무는 간단하다. 마스크를 쓴 채 기어코 산책을 나온 인간에게 다가가 입력된 안내 멘트를 송출하면 된다.

‘마스크를 착용하세요, 서로 1m 이상 떨어지세요.’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인간들이 나를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따라붙어 기웃거리거나 사진을 찍어대는 인간이 많아 더 힘들었다. 나를 조종하는 사람을 찾겠다는 듯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인간도 있었다. 내가 무선조종 장난감 자동차 수준인 줄 아나 보지. 인간에겐 로봇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걸까? 인간은 나에게 딱히 인간에 적응할 시간을 주진 않았다. 가끔은 안내 멘트를 뱉지 않고 붙어 걷는 인간 사이를 가로질러버리기도 했다. 놀라는 모습을 보는 건 재미있지만 렌즈에 인간의 엉덩이가 꽉 잡힐 땐 기분이 별로였다. 하필 눈높이가 엉덩이 부근일 게 뭐람.

공원 업무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진짜 ‘개’와 수없이 조우한다는 사실이다. 인간들은 개발 당시부터 나와 개를 비교하는 일을 즐겼다. 일부러 개를 데려와 대치시키곤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여기 비샨-앙모쿄의 개들 역시 나를 불편해한다. 더러 속없이 냄새를 맡으러 다가오는 녀석들도 있지만 대부분 나를 향해 털을 세우고 짖는다. 목줄을 매이고도 자존감 높은 얼굴로 깡깡 짖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묘하다. 인간은 자신의 개가 날 보고 짖으면 열이면 열 웃고 좋아한다. 나는 모르는 척 자리를 피해 앞만 보고 걷는다. 냉정하게 안내 멘트를 쳤다가는 더 큰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다. 후방 렌즈에 비친 바보 같은 개의 얼굴을 힐끗 본다. 어리석고, 겁 없고, 인간의 집에서 사료를 먹는 진짜 개들. 그들에겐 나름의 임무가 있어 보인다. 나는 결코 하고 싶지 않은 그런 부류의 임무. 만약 개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져 세상의 모든 개가 사라진다면, 인간은 우리 스폿에게 끔찍한 일을 할지도 모른다. ‘개 짖는 소리’ 같은 음성효과를 넣겠지. 죽어버린 개의 이름으로 나를 부를지도 모른다.

으! 사양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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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개 ‘미셸’

​글·그림: 봄로야

나는 비샨-앙모쿄 공원에 사는 떠돌이 개 ‘미셸’이다.

원래 사람들은 이름이 없어 보이는 존재에게 이름 붙이길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우(Woo)라고도 불렸다. 잠시 그레이스라고도 불렸으며, 오랫동안 꽤 친했던 노숙자 아저씨 ‘앙모쿄’는 나를 ‘비샨’이라고 불렀다. 앙모쿄 보다 비샨을 좋아하니 너는 비샨이야, 그럼 나는 앙모쿄다. 나는 그를 좋아했고 그도 나를 좋아했다. 선선한 날엔 공원을 사방팔방 가로지르며 실컷 달렸다. 그는 큰 소리로 비샨도 내 땅! 앙모쿄도 내 땅! 하며 기묘한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불렀고, 나는 그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짖었다. 사람들은 그런 우리를 경멸의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상관없었다. 그리고 앙모쿄는 더웠던 여름날 열사병으로 죽었다. 아무튼 요즘의 나는 미셸이다. 공원 청소부가 지어주었다. 그녀는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내 딸 미셸과 닮았구나.”라고 말한다. 하도 자주 말해서, 나는 그 뜻을 알고 있다. 나는 그녀의 딸이다.

*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공원에 오지 않는다. 엄청난 전염성을 가진 병이 전 세계에 퍼졌다고 그녀가 말해주었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도 줄었다. 그때가 내 인생 중 가장 행복했다. 그녀가 주는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을 수 있었고, 그녀의 뒤를 종일 쫓아다니며 사람 없는 공원을 마음껏 활보했다. 발병률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다시 공원을 찾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나를 더 멀리하는 기분이 들었다. 원래 나를 피하는 거리보다, 한 발자국 더 피한다. 무섭게 째려보는 사람의 눈빛도 늘었다. 이 눈빛은 낯설다. 나를 향한 두려움의 크기가 너무 크다. 공원 청소부는 "어떤 사람들은 네가 그 병을 옮긴다고 생각해. 괜찮아, 미셸, 괜찮아."하며 귀에 여러 번 속삭였다. 그날 밤 모래밭에서 뒹굴고 마른 풀에 몸을 석석 비볐다. 강물로 몸을 씻을 땐 조금 울었다.

*

오늘은 공원 청소부가 쉬는 날이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슬렁슬렁 공원을 걸었다. 아지랑이 너머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카메라 셔터가 연신 터진다. 사람 '무리'는 위험하다. 조심스럽게 나무 뒤에 숨기를 반복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물체가 걷고 있다. 눈을 깜박이며 '그것'을 보았다. 그것은 머리가 없었다. 그것은 노랗게 발광하고 있었다. 그것은 나와 비슷한 다리로 서 있었다. 그것은 꼬리가 없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개였다. 유령인가, 유령 개는 머리가 없다는 말을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발이 없다고 했었나. 그것은 걷는 폼이 지나치게 당당했다. 그런 식으로 걷는 개를 본 적 있다. 그들은 몇천 년의 족보를 번쩍거리는 이름표에 새기고 고개를 빳빳하게 들며 나를 위아래로 훑곤 했다. 그것은 목소리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머리처럼 보이는 네모난 덩어리가 몸에 붙어있다. 그것은 개의 말이 아니라, 내가 잘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의 말을 하고 있다. 그것이 사람들에게 말을 하자, 사람들이 웃으며 그것으로부터 멀찌감치 물러난다. 나는 사람의 말을 하는 개를 본 적이 없다. Plea..s..e... one... meter... THANK YOU. 땡-큐! 그 말을 안다. 고맙다는 뜻이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그것이 나를 볼까 봐 급히 몸을 숨겼다. 그런데 그것이 나를 봤다. 모르겠다. 머리가 없는데 어떻게 나를 보지, 생각할 틈도 없이 그것이 나를 보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일제히 핸드폰을 들고 찍기 시작했다. 두려웠다. 꼬리를 최대한 몸 안쪽으로 밀어 넣으면서도 힘껏 이빨을 드러냈다.

"다가오면 죽이겠다."

그러나 그것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했다. 갑자기 내 앞에 앉더니, 머리로 보이는 덩어리를 왼쪽, 오른쪽으로 번갈아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그 행동은 내가 어릴 때 세상 모든 게 신기해서 자주 했던 행동이다. 강아지인가, 어쨌든 나보다는 나이가 어린 건 확실했다. 도망가야 할지, 인사를 해야 할지, 엉덩이 냄새를 맡아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사람들이 크게 웃으며 우리에게 다가오자, 그것이 뭐라고 말했다. Let's keep... apart... 사람들이 물러난다. 그것이 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냄새가 없다. 최대한 배에 힘을 주고 목구멍을 크게 열어 짖었다.

"컹-컹-컹!"

"땡-큐.”

그것이 내 옆구리 쪽을 미세하게 스치며 지나갔다. 차가운 금속의 온도다.

"스폿, 너무 귀엽고 신기하다." 사람들이 좋아하며 스폿을 쫓아간다. 나를 슬금슬금 피한다. 그들이 아지랑이 너머로 사라지자, 다리에 힘이 쭉 풀린다.

*

스폿. 그것은 이름이 있었다.

이름이 있다는 건 주인이 있거나 부모가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개이고 사람이다. 내가 짖자, 고맙다고 말했다. 눈부시게 노란 아기 스폿이 부럽다. 나는 이름이 없었고 부모를 모르며 이름이 바뀌는 개. 내가 이 공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딱히 없다. 지금의 엄마가 보고 싶다. 내일은 청소해야 하는 날이니 그녀가 올 것이다. 스폿은 내일도 올까? 우연히 스폿을 만난다면 간절히 배우고 싶은 말이 있다. 땡-큐. 엄마에게 나는 땡-큐라고 말해주고 싶다. 배울 수만 있다면 스폿에게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꼬리를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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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사람 ‘나와 케로’

​글·그림: 김소윤(이반지하)

공원에서, 나와 케로는 말없이 손을 붙잡고 걷고 있었다. 대단한 의지를 가지고 붙잡은 손은 아니었다. 마치 그 정도의 연결고리 없이는 서로에게 서로를 의심받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나온 마지막 한 가닥 같은 얇디얇은 다리로써 우리는 서로의 손을 붙잡고 걷고 있었다.

케로는 오늘도 재채기를 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바로 그 지긋지긋한 재채기를 또 그 작은 손에 터뜨리고 말았던 것이다. 재채기라는 본능과도 같은 몸의 반응에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을 이어가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급히 재채기가 터지기 직전 손을 모아 입을 막는 행위가 가능한 사람이, 그 순간에 그 입을 팔꿈치 안쪽으로 가져가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러지 못할 이유가 전혀, 전혀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이제 만으로 5년째였다. 첫 1년 정도는 그런 행동쯤은 넘어갈 수 있을 만큼 케로의 다른 행동들이 내 주의를 끌었거나 분산시켰고, 그 후 5년은, 그러니까 우리가 ‘관계'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지난 6년 중 첫 1년을 제외한 5년은 그것과의 싸움이 끊어질 듯 이어졌다. 특히 코로나 판데믹 이후로 나는 더욱더 케로의 그런 행동에 분노를 감출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나름 유머를 섞어 지적해보기도 했고, 참을성이 바닥난 날은 나도 모르게 그 행동의 불결함, 그리고 가까워짐에 따라 한층 더 농익어가는 케로에 대한 깊고 오래된 혐오에 이글거림을 멈출 수 없기도 했다. 그리고 한동안은 행동 자체를 수정하기는 포기한 채, 재채기 후 바로 손을 소독하거나 닦으러 가는 케로의 노력에 값을 좀 더 쳐주려고 했다. 하지만 어쨌든, 케로의 재채기, 혹은 재채기와 한 몸인 듯한 그 연속된 행동은 우리 사이에 점점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케로 역시 그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서사가 있을 터였다. 그 행동을 지적받음에 버럭 화를 내보기도 하고, 그 행동이 그 정도로 잘못되지는 않았음을 항변해보기도 하고, ‘관계'라는 더 큰 목표를 우위에 놓고 잠자코 그 행동을 고치려 애써보기도 했을 것이고, 또 그 행동을 고칠 수는 없어도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손을 씻으러 가는 등의 내가 보지 않을 수 없는 노력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분명 어떤 순간에는 손에 재채기를 터뜨리고도 뻔뻔히, 혹은 어렵게 어렵게 내 눈만을 피하기도했다. 물론 사이가 안 좋은 시기에는 그 행동을 나의 분노를 마저 터뜨려버리기 위한 기폭제로 써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럴 때의 그 행동은 대단한 악의라기보다, 나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행동으로 표현하고 그 자리에 모른 척 뭉개는 짓에 가까웠지만, 나는 그것을 견디기가 가장 힘들었다. 나는 기어코 매번 폭발해버렸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는 오늘 공원을,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케로는 약 20분 전, 손에 재채기를 했고, 곧바로 카페에 비치되어 있는 소독제로 손을 두 번이나 여봐란듯이 약간은 과장된 몸짓으로 닦아냈다. 하지만 이제 케로의 재채기는 6년의 시간을 거치며, 마치 그 일이 태초에 없었던 양 스리슬쩍 서로 모른척하게 되는 일에 가까워졌다. 나도 케로도 매우 피로했다. 재채기에 대해 교묘한 공격을 주고받는 일 자체에 지쳐, 그냥 그 일이 없었던 것처럼 우리는 어색하게 다음 계획으로 장소나 시간으로 옮겨가거나 하게 된 것이었다. 카페에서 나온 케로와 나는 약하게 손을 잡았다. 케로의 왼손가락이 나의 오른 손가락과 이어져 있었지만, 그것 사이에는 분명 재채기라는 사건이 있었고, 우리는 둘 다 그 사실을 알았고, 서로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카페에 들렀다가 공원에 가서 어슬렁거리는 것이 그날 우리의 계획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뭐라고 입을 떼기보다 간신히 손을 잡고 멀지 않은 공원까지 걸어온 것이었다.

“날씨 좋네.”

라고 케로는 나에게도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고 말을 했다. 나는 최대한 무엇에도 감정을 이입하지 않으려 애쓰며, 옆에서 걷고 있는 케로가 겨우 알 수 있을 정도로만 중립적인 “응” 소리를 내었다. 네 말에 반발하거나 완전히 동의한 것은 아니다 정도의,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흥이 나게 하지도 않을 그 음을 찾아 소리를 낸 것이다. 마음 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발 너는 또 재채기를 했지’라고 나는 동시에 생각했다. 그 재채기와 그 행동과 그 케로를 잊어주려는 마음만큼, 똑똑히 기억해내려는 이상한 오기가 내부에서 부딪히며 다시금 피로감이 올라왔다.

햇살은 내리쬐고 있었고 거의 리듬감 있게 떼어지는 발바닥과 붙어있는 손의 피부 일부를 제외한 온몸이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는 이 상황에서, 손가락을 겨우 잡고 있는 정도의 관계 중인 사람으로서, 나는 누가 우리를 보며 ‘싸웠나 봐‘라고 생각하게 하는 건 또 싫었다. 사람이 아주 많은 공원은 아니었다. 호기심이 가득한 개를 키우는, 즉 다음 걸음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견주들이 갑자기 몸을 틀어오곤 해서, 우리는 길을 따라 걷고 있긴 했지만 드문드문 의식적으로 서로에게 좀 더 몸을 가까이 대었다 떼었다 하는 식으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걷기의 리듬을 방해받았다. 그럴 때마다 케로는 조금의 긴장을 담아, 잡고 있는 손가락을 자기 쪽으로 끄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적당히 나를 챙기고 있다는 신호로서의 힘을 주었다. 거기서 내가 조금이라도 손을 반대 방향으로 끌거나 버티는 저항을 아주 미묘하게만 한다면.

그리고 그때였다. 정확히 그런 정도로 이어진 우리 사이로 무엇인가가 부드럽게, 그러나 기계적 에티켓으로 껴 들어온 것은. 그렇게 우리가 기계적으로 자연스럽게 끊어진 것은. 저번 주인가 뉴스에서 본 실행을 검토 중이라던가 했던 로봇개가 철저하게 계산된 속도와 강도로, 불쾌하게 하지는 않으면서 사무적인 그 적당한 온도로,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우리의 연결을 끊었다. 개를 닮았지만 머리는 없는 그 로봇은 멈추지 않는 코로나 확산에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무엇이었다. 그 로봇개가 뒤에서부터 우리 사이를 가르고, 우리를 지나치며 자신의 다음 목표로 향해가는 순간, 그제서야 나는 로봇개가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방문자들의 안전거리를 확보 중입니다.

여러분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최소 1m의 거리를 유지해주십시오.”

아마도 우리를 목표로 삼은 때부터 로봇개는 저 소리를 내고 있었겠지만, 나와 케로는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그 행동이 이루어진 후에야 결과를 받아들고 약간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로봇개가 공원의 또 다른 커플을 향해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햇볕에 달궈진 듯한 후끈한 바람이 훅 불어왔고, 케로의 재채기 소리가 들렸다. 나는 케로가 또다시 손에 재채기를 했는지, 이번에는 팔꿈치 안쪽에 재채기를 할 수 있었는 지 보지 못했다. 조금은 흉물스러운 로봇개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나는 그냥 그 행동의 소리만을 들었다.

세상에 등장한지 얼마 안 된 낯선 로봇개는 공원 내 사람들의 이목을 충분히 집중시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각종 무리와 커플들 사이를 끊어 놓는 로봇개의 기계적 움직임을 보며, 마치 연인들을 질투해 골탕 먹이는 익숙하고 오래된 콩트를 보는 듯 신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히히덕거렸다. 오른쪽 사선 뒤쪽에서 케로의 존재가 느껴졌다. 케로는 조금 전의 재채기를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면 남들처럼 로봇개를 보고 있을까. 아니면 로봇개가 미션을 시작하기 직전, 자신이 먼저 놓은 우리 사이의 미약했던 연결에 대해 내가 알아차렸는지를 신경 쓰고 있을까. 아니면 그냥 이 산책을 다시 이어가려 곧 나를 재촉할까. 나는 나로부터 1m 반경에 있을 케로를 차마 돌아볼 수 없었다. 마치 그 로봇개의 관람객이 된 것처럼 그냥 그 자리에서 로봇개의 움직임을 좇고 좇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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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Fake News

​글·그림: 조말

#1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안내 및 사과의 말씀>

-이 안내문은 2020년 5월 8일부터 5월 22일까지 비샨-앙모쿄 공원에 오전 9시~오후 3시까지 머문 시민에게 발송합니다. -

안녕하십니까? 스마트네이션디지털정부청(SNDGO; Smart Nation and Digital Government Office)입니다. 스마트네이션디지털정부청(SNDGO; Smart Nation and Digital Government Office)은 시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최우선으로 노력하여 왔으나,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 투입한 ‘스폿’이 해킹을 당해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음을 알려드리며 이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020년 6월 16일경 외부 해커집단의 공격으로 인해 ‘스폿’ 중앙 시스템 접속 암호가 탈취되어 정부의 데이터베이스에 적재된 개인정보가 탈취된 것을 2020년 6월 17일 확인하였습니다.

 

영상 분석 가능 카메라(싱가포르 디지털정부청이 개발)는 방문객 수를 추정하는 임무를 하고 특정 개인을 추적하거나 인식할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 되었으나 코로나19의 보다 적극적인 대비를 위해 드론(무인항공기) 30대와 함께 추가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유출된 개인 정보 항목은 “개인별 생체리듬 상황”, “이동 경로”, “주소” (총 3항목)이며, 정부는 유출된 개인정보가 다른 경로로 빠져나가기 직전 막아냈으며 추가로 유출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금번 개인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조치로 전면 시스템 점검을 하였으며 취약점 제거를 완료하였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인지와 공지가 늦어진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정부는 ‘스폿’을 통한 개인 정보 유출 사고 발생이 확인된 이후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추가 사고에 대비하고 있으며, 물리적, 관리적, 기술적 정보 통제를 더욱 강화하여 시민의 안전과 정보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AI의 안전한 생활 속 실행을 위해 윤리적 방안과 규제 및 안전성 검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시민들께서는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2

싱가포르 ‘스마트네이션디지털정부청’, 강아지 로봇 ‘스폿’ 통해 AI ‘나노봇’ 발사, 코로나19 관리 나아가 인구통제 야욕 밝혀져 충격

 

특보뉴스. 미지의 해커집단 ‘Lamo-j’에서 싱가포르의 스마트네이션디지털정부청((SNDGO; Smart Nation and Digital Government Office)의 내부시스템을 해킹한 결과 싱가포르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전략의 비밀 프로젝트를 밝혀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20년 5월 8일부터 비샨-앙모쿄 공원에서 2주간 첫 시범 운영을 보인 강아지 로봇 ‘스폿’은 코로나 19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안내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입됐다.

 

그런데 ‘스폿’이 영상 분석 가능 카메라(싱가포르 디지털정부청이 개발)를 통해 특정 개인을 추적, 인식한 후 호흡기를 통해 침투시킬 수 있는 ‘나노봇’을 발사시킨 것이 밝혀졌다. 이 나노봇은 목표로 한 인간을 향하여 공기 중으로 발사되며 호흡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체내 안에 흡수되어 코로나19의 감염 판별 및 항체 형성의 여부 등 모든 생체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한다.

 

수집된 정보는 싱가포르의 스마트네이션디지털정부청(SNDGO; Smart Nation and Digital Government Office) 산하 AI 비밀 정보국에서 관리한다고 해커집단 ‘Lamo-j’가 밝혀냈다. 싱가포르는 2017년 24억 ICT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공조 아래 나노봇을 통한 인구통제와 지배구조 프로젝트의 첫 실험국가가 되었다는 것이 내부 비밀 문건에 기재되어 있다고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작은 도시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정부와 국가로서 성장하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각국의 정치인들과 전 세계 시민들은 이 소식에 아연실색하며 인공지능의 윤리적 활용에 대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해커집단 ‘Lamo-j’ 가 밝혀낸 충격적인 추가 사실은 나노봇이 자체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나노봇 제조사는 인간의 뇌에 나노봇이 완전하게 접붙임 되었을 때 AI에 의해 조종당할 수도 있다는 과학자들의 가설에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나노봇에 감염된 시민을 입원시켜 관찰하고 있다고 하여 더욱더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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